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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뉴스코리아 매거진 2015년 5월호

    이뉴스코리아 매거진 5월호-Pay It Forward

    Pay It Forward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는 짜장면을 시켜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곳곳에 자리한 보안요원부터 최신 검문시설들까지 계속 거쳐야 하니 막상 도착했을 땐 면이 다 불게 된다는 이유다. 약 800채의 건물과 8880개의 방이 있다는 15세기의 중국 자금성도 이와 비슷하다. 대문만 해도 1700m 길이에 총 5개로 이뤄졌다. 이 모든 문 앞에서는 창을 든 문지기가 방문자를 가로막는다. 정문 심사 후 성 안에 들어서면 강이 펼쳐진다. 죽음으로 가는 길로 알려진 레테의 강처럼 자금성 강은 왕을 만나기 위한 성스러워 절차인 셈이다. 그러고 나서도 수많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막상 모두 통과해 왕이 있는 곳에 도착하더라도 방문자는 고개조차 들어서는 안 된다. 왕을 올려다보는 건 법도에어긋나기 때문이다.
     

    기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장 의사를 인터뷰 한다. 하지만 꽤 큰 규모의 병원을 움직여야 하는 이들을 만나려면자금성 못지않은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담당자를 거쳐 사전 자료를 검토하고 오랜 준비 끝에 병원장을 대면한다. 오랜 대기시간만큼 기대를 품고 병원장을 만나곤 하는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때에 따라 다르다. 바쁜 나머지 인터뷰 타임이 짧게 배졍될 때도 있고 권위주위 때문인지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반대로 엔돌핀이 솟아나게 만드는 인터뷰가 있다. 지난달 수원 쉬즈메디병원 인터뷰 때가 바로 그랬다.


     병원장 문을 두드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인터뷰도 좋지만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자는 병원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날은 마침 박진영이 신곡을 발표하고 어머님은 누구나라는 타이틀곡이 음원차트 1위로 떠오른 시기였다. 권위 있는 병원장실에 박진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 울타리가 무너진 기분이었다. 인터뷰는 뒤로하고 기자는 물론 병원장과 함께 동석한 두 명의 담당자까지 한 바탕 배를 움켜잡았다.
     

    인터뷰 내내 쉬즈메디병원 이기호 병원장은 답변을 해주기는커녕 한사코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본지에 게재된 내용을 참고하면 알 수 있겠지만 그의 평생 의료행적은 봉사를 빼놓고는 언급할 수 없을 나눔 일색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며 들었던 이야기는 " 나는 한 게 없다"뿐이었던 것이다. 봉사는 본인이 아니라 직원들이 다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기자는 인터뷰 내용 걱정이 앞선다. 쓸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병원장은 갑자기 이야기보따리를 한 움큼 풀어냈다. 한 젊은이가 미국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이국땅에서 길을 걷던 중 구궐하는 행인을 만났다. 10불이라도 주려고 지갑을 뒤적거렸지만 막상 가진 현금이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사내 대신 10불을 기부했다. 젊은이는 그 돈을 갚겠다고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러나 미국인은 "Pay it forward"라고 말하며 그 돈을 다른사람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했다.


      그는  "Pay it forward"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단어 덕분에 병원장는 따뜻한 망므을 이어받아 평택항 마린센터 무료진료, 수원건강박람회 의료지원, 13년째 지속해온 쉬즈메디음악회, 인문학 강좌 개최 등 수없는 나눔을 실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돌려주지 않는 사랑이 역설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한 셈이다. 각박하 삶에 숨통을 틔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다. 자금성 방문자가 엎드려 왕을 알현했던 것 같이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이뉴스코리아 │ 이용준 기자 yong@enews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