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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뉴스 2014-02-05

    산부인과에서 왜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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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에서 왜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을까
    5년째 인문학 강좌 운영하는 수원 쉬즈메디병원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4-02-05 19:06:16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지난 4일 저녁
    지난 4일 저녁 '장자의 지혜'를 주제로 수원 쉬즈메디병원 부설 산후조리원 강당에서 김원명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교수의 인문학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수원 쉬즈메디병원(원장 이기호)은 2010년부터 5년째 매월 격주 화요일마다 무료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 쉬즈메디병원
     

    “장자 응제왕 편에 보면 ‘사람은 누구나 눈, 귀, 코, 입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숨 쉬는데 혼돈에게만 없다.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칠일이 지나자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혼돈은 가능성입니다. 지나치게 사람들의 이목이나 세상의 평판으로 나를 계속 규정해 나가면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내가 죽어가는 거고, 본성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일 저녁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자의 지혜’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를 들으려는 수강생들의 열기로 강의실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한국외국어대 김원명 철학과 교수의 인문학 강의가 진행된 곳은 다름 아닌 수원의 한 산부인과 부설 산후조리원 강당.

     

    김 교수는 “삶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 것도 행복하지 않겠죠. 아이들을 키울 때도 하나하나 통제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어도 자신이 겪은 실수를 통해 고쳐나가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리게 되는 겁니다”라며 강의를 이어나갔다.

     

    수원 쉬즈메디병원(원장 이기호)은 201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 째 매월 격주 화요일마다 무료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원객을 비롯해 수원시민, 병원장, 수원시청 공무원 등이 찾아와 강의를 듣는데 국내 현직 교수로 구성된 강사진과 수준 높은 강의 내용 덕에 반응이 꽤 좋다. 수강생들의 연령대도 30~60대로 다양하다.

     

    2010년 ‘임두빈 교수(단국대학교)와 함께하는 미술사 강의’로 시작된 인문학 강의는 2012년 ‘쉬즈메디병원과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가 함께 하는 한국사 교실’로 운영되다가 지난해부터는 역사와 철학을 주제로 한 학기제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는 ‘인물로 보는 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하반기에는 ‘인물로 보는 동아시아사, 우리의 생각을 풍부하게 만든 사람들’을 다뤘다.

     
    이곳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 여성의 질병을 치료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아이를 낳고 난 후까지 몸 건강과 마음 건강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기호 쉬즈메디병원장은 “처음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건 사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병원 직원들과 내원객들이 함께 인문학을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가족과 주변을 더 배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며 “다행히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반응도 좋아 지금까지 잘 진행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분들이 인문학 강의에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녁시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러 여건 상 임신부나 산모, 아기 아빠들의 참여가 적은 것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문학을 듣는다고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지자체 공무원을 통해 시민을 위한 더 좋은 정책이 나올 수도 있고, 의사들 역시 환자를 대할 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근 병원 의사 수강생의 참여율이 꽤 높다는 점은 예상 밖 성과였다. 이 원장은 “사실 의사들이 업무특성상 굉장히 개인적인 집단이라 환자나 그 가족을 대할 때 배려나 애정이 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이 의사로서 너무 안타깝다”며 “이런 인문학 강의를 통해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부터 조금씩 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올해 상반기(3월~7월)에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든 사람들’을 주제로 10회에 걸쳐 고려와 조선의 인문,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고려시대 수도 개경, 청자와 팔만대장경,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 허준과 동의보감 등이 주요 테마이다. 강사진은 ▲한재영(한신대 교수) ▲최연주(동의대 교수) ▲안병우(한신대 교수) ▲김호(경인교대 교수) ▲탁현규(간송미술관 연구원) ▲신병주(건국대 교수) ▲방병선(고려대 교수) 등.

     

    3월 4일 화요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쉬즈메디병원 산후조리원 건물 6층 프라우디홀에서 격주 화요일마다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수강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쉬즈메디병원은 이와 함께 2002년부터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저녁 병원 로비에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음악회도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병원에서 진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병원 내원객이나 지역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나 음악회 등의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은선 기자(eun3n@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