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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일보 2013-04-19

    [1일 현장체험]산후조리 전문 간호사 산모 아기 위한 24시간 '해피케어' … 값진 '엄마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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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현장체험]산후조리 전문 간호사
    산모 아기 위한 24시간 '해피케어' … 값진 '엄마 수업'
    2013년 04월 19일 (금) 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그들에게 나는 무용지물이었다. 사회 생활 10년차에 나름 잔뼈 굵었다 생각했는데, 최소 경력 10년인 그들 앞에서 그렇게 모자란 놈일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의 공간에 들어서기 전 나는 몹쓸 바이러스균이 됐다. 온 몸에 99.9% 천연살균력을 보유한 알코올을 뒤집어쓰고, 그것도 모자라 입 속까지 강한 바람으로 소독한 후에야 간신히 한 발 들여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끝없이 나를 하찮은 존재로 만든 이들은 갓 태어난 아기와 산모를 돌보는 산후조리사다.

    ▲소독에 또 소독
    일일 현장체험을 위해 이른 아침 수원 쉬즈메디 병원의 산후조리원 프라우디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연신 자기체면을 걸었다. 잘 할 수 있노라고….

    이제껏 태어난 지 한달도 안 된 그 작은 생명을 품에 안아보기는 커녕 제대로 쳐다본 적 없던 나였으니, 당연한 긴장감이었다.
    맘을 다잡으며 힘껏 조리원 문을 밀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유리문 저 너머에서 신원을 확인한 후 문이 철컥 열렸다.

    드디어 시작인가 했더니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김행미 산후조리원장이 다가와 내 손에 소독제를 뿌렸다. 손을 비비며 인사말을 건네려는 데 또 다시 분무기에 담긴 투명한 살균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뿌리는 2차 소독이 시작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원장으로부터 산후조리사의 전반적인 일과와 업무를 들은 후 드디어 ‘절대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신생아실로 들어서기 전 밀폐된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바람에 온 몸에 혹여 남아있을 균 하나까지 털어내는 에어커튼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공항 검색대보다 꼼꼼하고 엄격한 소독 과정을 거친 후 환한 미소가 마치 천사같은 산후조리사들과 아기들을 마주했다.

    온화한 분위기와 달리 신생아실에서 오가는 대화는 빠르고 신속했다.
    “A산모가 젖몸살때문에 밤새 잠을 못잤다는데 모유 수유가 가능한 지 확인해보죠.”, “B산모는 꼬리뼈가 아프다고 호소해서 우선 찜찔을 했어요,”, “아기 C가 몸무게가 하나도 안늘었네요, 모유 얼마나 먹었죠?” 등….

       
     
    최대 26명의 아기를 돌볼 수 있는 신생아실에서 산후조리사 5명이 차트판과 아기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눈 이야기 일부분이다.
    쉬즈메디 프라우디 산후조리원에는 산부인과 근무 경력 최소 10년에서 30년 이상인 간호사 20여명씩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산후조리사는 산모와 아기를 관리해주는데, 그 역할을 분담해 놓은 상태였다.

    신생아실에서 만난 산후조리사는 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의 근무조로 밤샘 근무자들로부터 아기와 산모의 상태를 들은 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는 중이었다.
    산모 상태에 따른 처치를 한 후 아기가 똥은 잘 싸는지, 몸무게는 늘었는지, 젖은 얼마나 먹는지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라를 거듭 체크했다.

    이어 8시 40분쯤 쉬즈메디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실로 들어와 다시 한 번 아기들의 상태를 확인한 후, 밤새 떨어져있었던 엄마들 품으로 아기를 보냈다.
    이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조용히 서서 듣는 것 뿐이었다.

    자리만 차지하는 무용지물, 우울해지려는 찰나 드디어 임무가 주어졌다. 모든 신생아가 엄마방으로 간 사이 빈 공간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청소기는 대졸자가 돌리는 것’이라며 유쾌한 유머와 밝은 미소로 청소 시작을 알린 최영숙(59) 간호사를 따라 소독제와 손걸레 하나를 들고 아기들이 누웠던 통부터 이불, 침대 바퀴하나까지 빈틈없이 뿌리고 닦기 시작했다. 이 같은 소독을 신생아를 담당하는 산후조리사들이 직접 1일 2회 실시한다고.

    아기와 산모만 돌보는 줄로 알았던 산후조리사들의 청소 업무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청소가 아니라 소독이에요. 신생아실에는 청소하는 사람도 못들어오니까 우리 간호사들이 직접 청소하죠. 이 소독제는 99.9% 살균해주는, 먹어도 되는 ‘비싼’ 거에요.(웃음)”

    최영숙 간호사의 ‘청소 아닌 소독’이라는 표현에 갓 태어난 생명을 돌보는 간호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수긍이 갔다.

    시간이 흘렀나보다. 산모들이 자신의 아기를 맡기러 신생아실로 찾아왔다. 잠시 이별인데도 애틋한 지 침대에 눕힐 때까지 바라보다가 돌아간다.

    방으로 돌아간 산모들은 마사지와 아기 물건 만들기 등 산후조리원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분만 후 자신의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과정 중 하나다.

    미모를 자랑하는 최재경(45) 산후조리사는 “냉장 보관한 모유는 엄마젖과 같은 온도를 만들기 위해 중탕해야하고 남았다고 다시 냉장 또는 냉동해서는 안돼요”라며 젖병 하나를 건넸다.

    신생아실로 돌아온 작은 아기들을 두 손으로 받아들어 각 침대에 눕히고, 똥 기저귀를 갈아주고, 모유를 먹지 못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등 동작 하나하나가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돌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긴장해서인지 아기를 안았던 어깨가 결려 온다. 잠이 든 아기를 발가락 하나까지 힘줘가며 조용히 눕힌 후, 다 먹은 젖병은 바로 씻어 소독기에 넣는 등 도통 스트레칭 한 번 크게 할 짬이 나질 않는다.

    이 생초보 기자가 안쓰러웠던지, 최미섭(58) 간호사가 “긴장 풀어요. 우리 하는 일이 원래 짬이 없어요”라며 위로해 준다.

       
     
    최미섭 간호사는 간호대학 졸업 후 산후조리 자격증을 땄는데 산부인과 경력만 30년에 조리원 근무 경력도 10년 이상이란다.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10여년 전 IMF 터진 후 가정 주부들이 갑자기 산후조리원으로 몰려 매뉴얼조차 없었는데 이제 많이 바뀌었죠. 조리원에도 전문 간호사들이 근무하고 근무 매뉴얼과 역할도 정립됐고….”

    최 간호사의 말에 생각해보니 50대 이상 부모세대만 해도 산후조리원이 따로 없어 집에서 부모나 스스로 몸을 돌봐야했었을 터. 지금의 산후조리사들은 당시 산모의 엄마이자 마을의 경험 많은 어르신이자 산파이자 아기에겐 할머니까지 한 번에 여러 역할을 맡은 셈이다.

    예상보다 일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던 찰나, 이원희(45) 산후조리사가 등장했다. 국제 공인 모유수유 자격증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같은 자격증의 존재 자체도 놀라운데 그를 따라 산모들의 방을 돌며 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서 마냥 쉬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아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유를 잘 먹이는 지 앞으로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거든요.”

    이 간호사는 한 산모의 방에 들어가 유축 시간을 확인한 후 가슴 마사지를 실시하고 조언했다. 산모가 밤새 눌러도 나오지 않던 젖이 그의 손길 몇번에 흘러내리는 등 수심 가득했던 산모들이 웃기 시작했다.

    놀라움도 잠시, 나는 산모들에게 젖을 먹이면서 흘러내린 땀과 모유에 젖은 옷 대신 입을 새옷을 배달하느라 종종걸음을 쳤다.

    앉을 틈 없이 다시 신생아실로 향하자 이번에는 또 아기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든 아기를 다시 눕히는 데 ‘반장’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의미를 묻자 퇴실을 앞둔 가장 나이 많은(?) 신생아 침대에 붙여주는 것이란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번씩 반장하면 부모가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부모의 마음을 읽은 섬세한 배려였다.

    이처럼 산후조리 간호사, 그것은 전문 직업인이기 이전에 모든 산모와 아기들에게 가족이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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