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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일보 2014-03-21

    섣불리 허물지 마... 요즘 건축 화두는 '재생'

    중앙일보

    입력 2014.03.21 00:39 / 수정 2014.03.21 09:07

    섣불리 허물지 마 … 요즘 건축 화두는 '재생'

    김선현·임영환의 실험
    철거 직전 마트 건물 현대식 개조
    병원 연결 구름다리 지역 명물로
    우시장 창고, 낡은 상가도 재탄생

    서울 홍대 앞 거리에 있는 30년 넘은 붉은 벽돌의 건물 ②이 새 디자인을 입고 변신했다. 유리벽 앞을 가느다란 실처럼 장식한 3㎜ 두께, 5㎝ 간격의 강철 로프 와이어는 유리의 차가운 느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각적 완충 장치다 ①.

    지난 30~40년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건물을 짓고 부수고 또 새로 짓는 데 열중하는 ‘신축 사회’였다. 그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이 요즘 건축계의 화두다. 이른바 건축 업사이클링(Upcycling· 물건의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재탄생시킴)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상가건물에서부터 일반 주택, 공공시설 등 다양한 건축 재생 작업에 참여하는 건축가가 늘고 있다.

     2010년 안중근기념관을 설계해 주목받은 디림건축의 김선현(41)·임영환(44·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두 공동대표는 2011년 전자제품 마트를 병원으로 바꾼 일을 시작해 지난 3년간 5개의 재생 프로젝트를 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게 문제”라며 “재생(리모델링)이야말로 경제적이며 진정한 친환경 수단이다. 이제 우리는 전면 재개발보다 재생, 신축보다 재생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재생 프로젝트를 많이 한 이유는.

     ▶김선현=처음에는 우연히 시작했다. 수원에서 산부인과 병원(쉬즈메디)을 운영하는 건축주가 철거 계획을 이미 세운 건물이었는데 재생으로 바꿨다. 이후 다른 프로젝트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건축가에게는 신축 설계가 더 쉬울 것 같다.

     ▶임영환=옛 건물을 고치는 일이 새로 짓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약도 많고, 더 꼼꼼한 공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철거 위기까지 갔던 건물 안에 숨겨져 있던 잠재력을 찾아내 새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굉장히 흥미롭고 보람도 크다.

     첫 재생 작업을 한 건물은 병원 본관과 떨어져 있던 창고형 마트였다. 선입견을 버리고 보니 장점이 보였다고 한다. 기둥 간격이 넓고 천장이 4.5m나 돼 천장에 많은 설비를 갖춰야 하는 병원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자칫 철거될 뻔 했던 마트 건물은 결국 수술실과 진료실을 갖춘 병원으로 재탄생했다. 뿐만 아니다. 이 건물은 병원 본관과 3층 높이의 44m 다리로 이어지며 병원의 ‘아이콘’ 같은 공간이 됐다. 왕복 거리가 거의 100m에 달해 산모들이 산책하고 보호자들이 즐겨 찾는 이곳이 병원의 새로운 강점이 된 것이다.

    철거 계획이던 창고형 마트 ⑤를 병원 건물로 재생하면서 구관과 새 건물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③. 3층 높이에 길이가 44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전망이 좋아 병원을 찾는 산모들의 산책 공간과 쉼터 역할을 한다 ④. [사진 박영채 건축사진가]

     두 번째 재생은 30년 된 서울 독산동 우시장의 한 창고를 힙합 음악 기획사(스타덤 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만든 일이었다. 거친 콘크리트 등 세월의 흔적을 남기면서도 새 철제 계단과 투명한 유리벽을 조화시켜 모던한 분위기로 바꾸었다.

     - 오래된 건물은 구조적으로 취약하지 않나.

     ▶임영환=구조의 안전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재생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구조기술사와 함께 진단한다.

     - 최근에 한 재생 작업은.

     ▶김선현=서울 홍대 거리와 가로수길의 두 상가건물을 패션(H&M) 매장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상업매장인 만큼 브랜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중요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지게 하고 싶었다.“

     이들은 전주 풍납초등학교의 버려진 한 교실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바꾸는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대화를 마치며 임 대표는 “우리 주변엔 20~40년 전 지은 건물이 많다. 앞으로 건물 수명은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가 좌우하게 될 거다. 한 건물을 어떻게 재생 하느냐에 따라 지역 경제를 살려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김선현·임영환=김선현 공동대표는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전공(석사)했다. 임영환 공동대표는 홍익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지속가능건축의 계획기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 교수. 두 사람은 2007년부터 디림건축사사무소(dlimarch.com)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