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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e뉴스 2014-04-20

    보따리상 선상진료, 아름다운 쉬즈메디병원

    보따리상 선상진료, 아름다운 쉬즈메디병원
    아름다운 의료진, 사회적 약자 위한 봉사에 나서다
    등록일 : 2014-04-20 09:58:14 |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남자들도 진료받을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여성들을 위한 부인과 진료만 봅니다.”
    “선생님~ 저는 초음파만 보고 싶은데요.”
    “이왕 오신 김에 모두 다 받아 보세요.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저기요, 부인과 진료를 받으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서워요. 검사해서 큰 병이라도 발견된다면 어떡해요....”

    지난 15일 저녁 7시 평택항을 출발해 중국 산동(山東)성 웨이하이(威海)로 향하는 카페리호 안에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평택항을 이용하는 소무역상 일명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이들 중 ‘여성들만을 위한 선상진료’가 진행된다는 이야기에 진료를 위한 접수처엔 보따리상들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호기심을 보였다. 
    일부는 '진짜 무료야? 제대로 진료를 할까?'라는 의구심을 품은 표정이었다.

    18일, 접수 장면


    그럴 수밖에. 소무역 상인들에게 이른바 '빈번 출.입국 우범자'라는 낙인이 찍힌 후 그들의 생활은 우리사회 노숙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자신들의 몸을 돌보고 의료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사치였을 터이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수원 쉬즈메디 병원(원장 이기호) 의료진이 발 벗고 나섰다. 100% 자부담으로, 그것도 중국에 오가는 배 안에서 두차례 무료이동진료를 실시했다. 
    이들의 선상 진료에 동행해 취재를 했다.

    서럽고 아픈 이름 ‘배숙자’

    ‘배숙자’라니... 노숙자란 용어는 들어봤어도 배숙자란 말은 다소 생소할 터이다. 이들은 땅 위가 아닌 배 안에서 먹고 자고 하는 사람들로서 보따리 상인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자조적인 용어다. 항구와 배 안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한파 이후 실직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대책의 일환으로 이들의 활동을 공식 장려했다. 무역 실무교육을 시켜가면서까지 무역상으로서의 역할을 인정했는데 2009년 5월에 이르러 국내 농산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이들을 공식적인 직업군으로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물품 면세 통관 범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반입량을 50kg으로 대폭 줄여 생계에 치명타를 가하며 극빈층으로 전락시켰다. 이들은 중국으로 값비싼 공산품,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을 들고 가 상대적으로 싼 농산물을 무게만큼 들여옴으로서 우리나라 수출 일꾼으로서 일정부분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빈번 출.입국 우범자'라는 굴레를 씌웠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평택항 소무역연합회 사무실, 출국준비 중인 의료진, 임시 진료실 내부, 평택항 출국장 내부


    의료진, "열악한 현실에 가슴 뭉클했어요"

    “진료 전 선상을 한 바퀴 돌아봤어요. 참으로 열악한 생활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네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합니다. 사실, 이번에 이동진료를 추진하면서 사람들이 무료진료라고 하면 건성건성 진료를 한다고 생각할까봐 더 신경을 썼어요. 초음파기계 등 굉장히 비싼 의료기기와 약품 등을 철저히 준비해 왔고요. 부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진료를 받았으면 합니다.”
    진료 전 쉬즈메디병원 이기호 원장의 말이다. 

    이번 선상 진료에는 이 원장 이외에도 간호사 경력 20여년이 넘는 베테랑 의료진 3명도 함께 했다. 그런데 막상 선상 진료에 나서니 뜻하지 않은 난관이 기다린다는 것을 이들은 바로 깨달았다고.

    아름다운 진료진-앞 이기호 원장, 뒤 왼쪽부터 최형분 팀장, 김연숙 외래책임간호사, 이영주 총괄부장


    진료 자원봉사에 동행한 김연숙 외래책임 간호사는 “자궁암 검사, 자궁초음파 등 진료를 위해 이동 진료소까지 마련하여 검사와 함께 간단한 처치도 해 드리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꺼려하네요. 알고 보니 이들의 평균나이가 60을 훌쩍 넘은 분들이라 검사 후 행여나 큰 병이 나올까봐 걱정을 하는 거예요.” “저녁 7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한분이라도 더 혜택을 드려야지요.”라면서 이동 진료소와 접수처를 분주히 오간다. 
    '가녀린 몸 어디서 저리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최형분 팀장은 “여행객들이 진료를 하고 싶다고 많이 찾아오네요. 우리 심정 같아선 모두 해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우리 보따리상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요. 최대한 그분들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지요.”

    분주하던 진료실은 어느덧 2시간 30분이 지나자 대기자가 끊기는 듯했다. 이에 그곳을 쭉 지켜보던 기자가 ‘이제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으니 접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부인과 치료는 여느 진료와는 달라 1시간에 많은 분들을 볼 수가 없어요. 아까 접수하신 분 중에 아직 오지 않은 분들이 계셔요. 정해진 시간까지는 기다려 봐야 합니다. 기다리다 지쳤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몸이 재산인 분들인데.....”

    의료진은 15일에 이어 18일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교동훼리 안에서도 저녁7시부터 10시까지 무료진료에 나섰다. 이동진료소는 진료 중에 의사와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어서 진료가 끝난 후에야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의 의해 세팅된 공간이 어찌나 깔끔하고 실용적으로 꾸며졌던지. 깜짝 놀랐다. 
    철수할 때에도 공간 이동하듯 순식간에 원래의 상태로 복구시켜 놓았다. 옆에서 지켜보며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15일, 진료 접수 중


    의료사각지대 찾아온 의료진, 정말 감사드려요!

    “저 또한 보따리 상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지요. 제가 2008년 상인연합회를 결성해 ‘사단법인 경기도평택무역연합회’로 출범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더군요. 사단법인만 되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우리의 목소리를 충분히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소규모 수출입 무역자가 아닌 우범자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올해 1월 평택시청으로부터 ‘소무역협동조합’ 설립 승인을 받고 제도권 진입을 위한 불꽃을 다시 당겼습니다. 밀수꾼이란 오명도 벗고 우리들의 권익신장은 물론이요 자생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온힘을 모으기로 했어요.”

    (사)경기도평택항 소무역상인연합회 최태용(66) 회장은 그간의 수모가 생각났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우리 보따리 상인들을 위해 무료진료에 나선 쉬즈메디 병원이 한없이 고맙습니다. 무료진료를 하시느라 돈도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했다.

    쉬즈메디병원은 지난 3월 평택항 마린센터에서 보따리상과 관광객 및 내부 근무자를 대상으로 성황리에 무료진료를 마친 데 이어 이번에 선상 진료까지 이어가게 된 것인데 앞으로도 매달 평택항에서 주기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저번에 마린 센터에서 진료 받은 분들 중 배안에서 몇 분과 다시 만났어요. 한분은 저의 손을 꼭 잡으시더니 ‘깨끗하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기분이 좋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더라고요. 사실 그날 한분은 암 발생 전 단계까지 간 분도 있었거든요. 더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분들이 만족하도록 더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이영주 병원 경영총괄부장의 이야기다. 

    이들이 들고 온 의료기는 건장한 성인 남자가 들기에도 무거울 정도로 만만치 않다. 고가의 장비라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검진을 받고 싶어 하는 남자들을 위해 다음에는 더 많은 기기를 들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틀간 의료 무료봉사에 참여해 보니

    일반인들은 대개  '의료봉사'라는 것을 ‘병원 홍보’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기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의료부문에는 전혀 지식이 없지만 옆에서 약간의 수고라도 덜어주는 봉사도 하고 그들의 세계도 관찰해보자는 심정으로 따라나섰다.
    그런데 의료진들을 쭉 따라다니면서 느낀 것은 ‘이들의 봉사는 금방 탄로가 나는 거짓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3시간 내내 잠시도 쉴새 없는 진료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적었을 텐데도 거짓웃음이 아닌 진실로 따뜻한 미소로 마치 오래 못본 식구들을 대하듯 맞아들였다. 기자도 이들의 좋은 기운에 접신(!)돼 종종걸음으로 봉사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무료봉사로 여기에 왔지만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서 감동을 받고 갑니다. 왜 ‘배숙자’라고 하는지 느꼈고요. 이번에 인생 공부를 많이 한 셈이죠. 어떤 분은 진료를 받고 나가셨는데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계시는 거예요. 저에게 감동받았다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데 정말 뿌듯하더군요. 흔쾌히 써드렸지요.”
    끝없는 유머로 팀원들을 웃긴 이기호 원장은 진료 시간만큼은 철두철미한 의사였다. 환자들이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신뢰할 수 있도록 진료에 최선을 다함으로서 진료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병원에 간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지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받고 나오니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아요. 고맙습니다.”
    올해 65세라는 보따리상인 여성은 웃음꽃을 피우며 총총 걸음으로 진료실을 벗어났다. 그의 손에는 무료로 조제해준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배숙자, 그들의 삶이 진정 견디기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을지라도 이번 쉬즈메디 의료진들의 마음이 전해져 거친 세월을 꿋꿋이 견뎌가기를 기원한다. 
    아름다운 의료진들과의 동행은 감동적이었다. 내 영혼은 이들로 인해 맑아졌다.  

    *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성장한 평택항에는 1992년 수교 이후 점차 항로가 증가하여 현재 출항지 4곳, 기항지 12곳, 총 15개 노선이 13개 선사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 
    소무역상의 규모는 연 평균 4천195명으로 전체 여객 정원 9천304명 대비 45.1%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