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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일보 2013-01-21

    [이연섭칼럼] 문화도시, 문화나눔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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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섭칼럼] 문화도시, 문화나눔으로부터
    2013년 01월 21일 (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지난 18일 금요일 오후 6시30분, 쉬즈메디병원 2층 로비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관객들은 멋진 음악을 감상하며 즐겁고 환환 표정이었다. 배가 불룩한 산모와 남편이 손을 잡고 같이 왔고, 가족과 함께 인근 주민들도 나왔고, 병원 일에서 잠시 손을 놓은 의사와 간호사들도 보였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쉬즈메디병원에선 매월 셋째주 금요일 저녁이면 이렇게 음악회를 연다. 병원 로비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지만 산모와 그 가족, 시민들로 로비는 꽉 찬다. 분위기도 여느 공연장 못지않고, 관객들의 음악감상 매너도 좋다.

    ‘쉬즈메디 음악회’는 이번에 120회를 맞았다. 산부인과를 개원하던 2002년부터 시작해 10년이 됐다. 음악회는 10주년 특집공연으로 전자바이올리니스트 박은주와 브라스노리앙상블이 무대에 섰다. 이날도 관객들은 음악에 흠뻑 빠져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음악회는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병원장 부부가 음악을 통해 산모와 가족, 지역 주민들과 작은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바램에서 시작됐다. 공연은 무료다.

    쉬즈메디병원 10년째 매월 음악회

    하지만 출연하는 음악인들이나 공연의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이곳에선 클래식부터 오페라, 가곡, 합창, 국악, 영화음악, 퓨전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등 유명 음악가도 다수 출연했다. 10년 동안 관객들 수준도 높아졌고, 입소문이 나면서 고정팬도 생겼다.

    2011년 5월엔 100회 특집으로 김대진씨가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초청,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출산 장려를 위한 해피맘콘서트’로 열었다.

    이기호 원장은 “우리 병원에선 연간 2천여명의 새 생명이 탄생한다”며 “단순히 아기만 낳는 병원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격조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 음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쉬즈메디에선 인문학 강좌도 열린다. 2010년 7월부터 1년 반 동안 단국대 임두빈 교수를 초청, 매월 두차례 동·서양을 망라하는 ‘미술사’ 강좌를 마련했다.

    지난해부터는 매주 수요일 저녁 ‘한국사 교실’을 열고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강좌는 이 원장의 중학교 동창인 한신대 안병우 교수가 총괄을 맡아 기획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 및 동아시아 속 한국 역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안병우·이남규·권오영 한신대 교수를 비롯해 송호정 한국교원대 교수, 임기환 서울교육대 교수, 하일식 연세대 교수, 송기호 서울대 교수,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등 한국 사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들이 강사진이다.

    쉬즈메디가 매월 개최하는 음악회나 매주 여는 인문학 강좌는 모두 무료다. 병원에서 모든 경비를 댄다. 병원 내원객과 시민을 위한 ‘문화 나눔’이다.

    문화 나눔은 꼭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재능을 기부하고, 어떤 사람은 북카페를 오픈하고, 어떤 사람은 무료 공연이나 전시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나눈다.

    문화도시, 시민이 만들고 가꾼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도시를 꿈꾼다. 저마다 ‘문화도시’ ‘창조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한 문화예술 정책과 사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문화는 관이나 관료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시민이 만들고 가꾸는 것이다. 막연하게 ‘역사 전통 예술이 살아있는 문화도시를 만들자’는 구호를 외치기 보다는, 시민들이 생활 가까이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화도시다. 시민들의 생활이 곧 문화가 되는 도시여야 한다.

    그럴려면 자치단체나 예술단체, 예술인들만이 문화예술을 선도해선 안된다. 쉬즈메디병원처럼 문화를 나누어야 한다. 수원 행궁동의 대안공간 눈과 지역주민들이 어우러져 예술마을을 만들었듯이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에이블아트센터처럼 소외된 계층의 장애인들까지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공동체가 문화공동체로 커 나갈 수 있다. 문화도시는 결국 시민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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