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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e뉴스 2014-05-29

    산부인과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

    산부인과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는다?
    쉬즈메디병원과 한신대 한국사학과가 함께하는 역사교실 가보니...
    등록일 : 2014-05-28 11:03:19 |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아니 무슨 소리야? 뭐 산부인과 병원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다고? 정말? 언제 하는데, 넌 참석할거야?”
    “당근이지. 궁금하잖아. 인터넷에 뒤져보니 커리큘럼도 좋던데 함께 가보자.” 
    “지난주에 간송미술관 연구원이 나와서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에 관한 특강을 했는데 무척이나 재미있었다고 그러네. 자자한 소문이 정말 맞는지 저녁 후딱 먹고 가보세”
    “뭐, 우리그림에 관한 해설이니 들어봐도 손해 볼 것 없잖아. 7시에 거기서 만나자구.”

    27일 오후7시가 가까워질 무렵 동수원사거리에 위치한 쉬즈메디 병원 산후조리원 6층 프라우디홀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왁자했다. 이곳은 분명 산부인과에서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이다. 
    그런데 산후 용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총총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무슨 일로 이곳을 찾은 것일까. 그것도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초로의 아저씨부터 아주머니까지. 그들은 다소 늦었다는 듯 잰걸음으로 입구에 당도하자 신발을 훌러덩 벗어던지곤 안으로 쏙 들어갔다.  


    쉬즈메디 병원 이기호 원장이 만든 인문학강좌다. 아주 특별한 소신과 철학으로 병원 내에서 인문학 강의를 5년째 이어가면서 입소문을 탔다.  
    2010년 ‘단국대학교와 함께하는 미술사 강의’를 시작으로 2012년 한신대학교와 손잡고 ‘한국사학과와 함께하는 한국사 교실’이 인기몰이를 하더니 지난해 ‘인물로 보는 동아시아 어제와 오늘’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리고 올 3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든 사람들’이란 슬로건으로 개강한 후 화요일마다 격주로 열리는 강의실 프라우디홀은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현직 유명 대학교수를 비롯, 실력이 있는 강사진의 수준 높은 강의란 소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입소문이 빈말이 아님을 사람들의 열기가 말해 주었다. 

    제7강 ‘풍속화의 명수 단원과 혜원’이란 제목으로 강의에 나선 탁현규(간송미술관) 연구원의 2시간 강의에 청중들은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재담을 곁들인 우리미술의 애정 어린 해설 때문이었다. '동양의 미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듯 재미와 흥미를 불러오는 이야기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난 우리문화화(化)로 진경시대 문화르네상스를 열어간 정조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그 중심에 있는 혜원과 단원의 화폭들, 비록 스크린을 통해 전해졌지만 수묵(水墨)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선후기 미술사를 빛낸 화원들, 이를테면 굵직한 선으로 미술사에 기록된 조영석, 강세황, 정홍래, 김두량, 변상벽, 김득신, 장승업 등도 만나게 해 주었다. 뜻하지 않게 받은 특별한 보너스랄까. 그들의 그림들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왜 우리는 서양의 피카소 그림만 찬양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미술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탄복할 정도로 경이로워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단원과 혜원의 그림만 봐도 ‘세상에나...’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다.”
    탁 연구원의 말이다. 물감을 덕지덕지바른 서양화에서는 볼 수 없는 수묵화엔 신비스런 의미들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익살’ ‘낙천성’등 그림에 담긴 이야기에는 화가의 의도가 드러난다고. 지그재그, 여백, 공간의 배치 등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다보면 당대의 사회상까지 보인다고 했다.


    흐뭇한 표정으로 강의실을 나서는 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서양 미술사를 듣고 올해 우리그림 미술사를 들으니 이제는 어느 갤러리를 찾아가도 두렵지 않고 자신감이 생긴다. 안목이 나름 생겼다고나 할까. 간간이 인문학 강의를 찾아가보면 지루하고 따분한데 여기서 듣는 강의는 참 재밌고 즐겁다. 참말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것일까.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지난주에 직장동료가 듣고 참 좋은 인문학 강의라고 소개를 해 오늘 찾아오게 되었다. 강사의 능력 차이에 따라 강의의 품격이 달라지는데 강의안을 보니 소문대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왔다. 들어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에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또 오고 싶다.”고 했다. 

    품격 있는 문화만들기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다. 당대 문화코드를 읽는다는 것 역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우리그림 읽기’ 역시 ‘잘’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 ‘그림이 살아 있느냐, 죽느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탁월한 해설로 예찬한 최순우 선생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미술을 새롭게 인식한 것처럼 강의 도중 강조한 탁현규 연구원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김홍도의 주특기가 풍속화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조선 문화의 절정기에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 우리문화 즉, 여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진경시대 미(美)의 진수를 찾아보기 바란다.”

    * 2014 쉬즈메디병원과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가 함께하는 역사교실
    주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든 사람들
           -6/10 8강 ‘조선의 기록문화 의궤’(김문식 단국대 교수)
           -6/24 9강 ‘천하제일 고려청자’(방병선 고려대 교수)
           -7/8 10강 ‘순백으로 빚어낸 조선의 마음, 백자’(방병선 고려대 교수)
    장소: 쉬즈메디 산후조리원 ‘프라우디 조리원’ 6층 프라우디홀
    시간: 오후7시~오후9시